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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日화낙 이나바 요시하루 사장 한국언론 첫 인터뷰

Subi Lee 2022.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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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日화낙 이나바 요시하루 사장 한국언론 첫 인터뷰

도쿄 신주쿠역에서 기차와 전철을 갈아타고 2시간쯤 걸려 도착한 후지산역. 노란색 복장과 노란색 모자를 쓴 화낙 직원이 기자를 맞이했다. 노란색 회사 차량을 타고 후지산 방면으로 20분쯤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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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日화낙 이나바 요시하루 사장 한국언론 첫 인터뷰

  • 황형규 기자
  • 입력 : 2015.08.28 16:03:08   수정 : 2015.08.28 18:40:40
 
도쿄 신주쿠역에서 기차와 전철을 갈아타고 2시간쯤 걸려 도착한 후지산역. 노란색 복장과 노란색 모자를 쓴 화낙 직원이 기자를 맞이했다. 노란색 회사 차량을 타고 후지산 방면으로 20분쯤 달리자 밀림을 연상케 하는 울창한 숲이 나타났다. '어떻게 이런 곳에 공장 허가가 났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짙은 녹음이었다. 그 숲 속에는 벽면을 노랗게 칠한 거대한 건물들이 하나둘 자리 잡고 있었다. 공장을 지나 본관 앞에 차량이 서자 선명한 노란색 복장을 한 여성 직원이 회의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테이블에는 기자 이름이 적힌 노란색 명찰과 노란색 손수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회사의 모든 것을 노란색으로 물들인 채, 직원들이 회사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후지산 숲 속에서 세계 최강의 로봇을 만들어내 '기이로(일본어로 노란색) 오컬트'로 불리는 화낙 심장부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졌다.

창밖으로 우거진 후지산 숲을 감상하는 사이 역시 노란색 웃옷을 입은 이나바 요시하루 사장이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1972년 설립 이후 40년 넘게 신비주의를 고수해온 화낙은 올해 상반기 도쿄 증시에 최대 화제 기업으로 떠올랐다. 주주에게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순이익 80%를 환원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것이다. 도쿄 증권가에선 미국 헤지펀드 압력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우선 이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요즘 도쿄 증시에서 화낙이 화제다. 연간 순이익 중 8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배경이 무엇인가.

▷내부 유보가 1조엔 이상 쌓였다. 이 정도 있으면 위기가 오더라도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다. 더 이상 내부 유보를 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결정했다.

―서드포인트(미국 월가 헤지펀드) 측 공격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우리는 상위 20사 주주를 만났다. 그들 요구는 대체적으로 배당성향을 높여 달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자사주 매입은 원하지 않았다. 서드포인트는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원했다. 우리는 배당성향 60%를 확실하게 실시한다고 했다. 그리고 5년간 주주 환원 합계 8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주 환원을) '언제한다'고는 얘기하지 않았다. 자사주 매입을 한다, 안 한다는 증시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이익 중 20%는 남겨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주주 환원 말고 성장을 위해 성장산업이나 사업 다각화 같은 게 낫지 않나.

▷기업은 영속성이 중요하다. 영속성을 유지하려면 이길 수 있는 시장에서만 승부해야 한다. 우리는 기술자다. 재무 전문가가 아니다. 재테크는 안 한다. 우리는 제조 현장 자동화와 로봇에서만 승부한다. 60년간 이 분야에서 싸워왔다. 어떤 경쟁 상대와 싸워도 계속 이길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

우리는 서비스 의료 휴머노이드 로봇은 개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의료에 대한 지식이 없고, 서비스에 관한 지식도 없다. 휴머노이드는 제조 현장에 도움이 안 된다. 제조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100㎏ 물건을 들고 걷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장에서 도움이 안 된다. 인간을 돕기 위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효과적이지만 제조 프로세스에서는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소프트뱅크의 '페퍼'(인간을 돕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 로봇 분야는 어떤가.

▷전혀 흥미가 없다. 우리는 소비재를 만들지 않는다. 일반 고객에 대한 어프로치 노하우가 없다. 제조업 현장에 대한 노하우는 축적돼 있지만 제조업 외에 일반 가정 등 고객에 대한 노하우는 없다. 이런 로봇은 제조업 현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엔지니어로 관심은 있지만, 비즈니스로 관심은 없다.

―유튜브에서 보니 화낙 로봇들에 인공지능이 탑재돼 시간이 갈수록 학습능력이 높아져 작업 속도가 빨라지더라.

▷우리 로봇은 아직 지능이라고 해봐야 유치원 수준이다. 그래서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로봇뿐 아니라 공장 내 생산설비를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해 통합 시스템으로 만들어 효율을 높이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것에 대응할 수 있는 로봇 머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인더스트리4.0이라는 제조업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것과 맞물려 있나.

▷인더스트리4.0은 일본에서 20년간 지속돼온 IMS(통합경영시스템) 연장선이다. IMS에 좋은 네트워크 기술을 집어넣어 만들어진 형태다. 이것은 아주 당연한 흐름으로, 화낙 상품은 전부 대응하고 있다.

―화낙 공장은 이미 80%를 자동화했다. 이보다 더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가능하다. 매년 자동화를 진행하고 있다.

―테크놀로지 기업이지만, 알고 보면 서비스를 엄청나게 강조하던데.

▷우리는 제조업 현장을 위한 기업이다. 제조 현장에서 가장 곤란한 일은 라인이 멈추는 것이다. 고객에게 가장 큰 메리트는 쉽게 고장나지 않는 높은 신뢰성이다. 이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하지만 인간이 만드는 물건은 반드시 고장이 난다. 고장이 났을 때 최대한 빨리 수리해주는 서비스가 고객에게 가장 큰 메리트가 될 수 있다. 우리는 46개국, 240개 이상 거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가동률을 유지하도록 서비스에 힘을 쏟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힘이 합쳐져 지금과 같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업이익률이 40%를 넘는다. 제조 현장 자동화를 목표로 하는 회사지만, 가격을 낮추라는 압박을 받지 않는가.

▷당연한 얘기지만 비즈니스니까 가격 압박은 늘 받는다. 그런 요청은 늘 받는다.

―제조업으로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영업이익률은 '소품종 대량 생산' 덕분이라고 들었다. 고객마다 요구사항이 다를 텐데, 소품종 대량 생산이 어떻게 가능한가.

▷우리는 매일 고객과 만나 많은 대화를 한다. 고객에게 요청을 받으면 최대 계약 수를 찾아내 그것을 표준화한다. 표준화돼 있는 코어(핵심 기술)에 약간 옵션을 붙이는 것으로 고객 요구에 대응하도록 처음부터 생각해 설계한다.

―이런 것이 가능하도록 '당연한 것을 당연히 한다'는 경영철학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너무 당연한 말 아닌가.

▷잘 생각해 봐라.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결심한 것을 대충한다.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을 하지 않을 때가 많다. 대부분 실패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다.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다. '당연한 것'은 해야 할 일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자기 자신과 타협을 하기 때문에 실행하기 어렵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세계 최고 선수들이 경쟁하는 올림픽처럼 우리도 세계 최고 경쟁 상대와 싸우고 있다. 당연한 것이라고 해도 굉장히 수준이 높은 '당연한 것'이다. 스포츠 선수도 높은 수준으로 연습을 하면 괴롭다. 그래서 타협을 하거나 대충한다. 우리 경쟁 상대는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 우리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당연한 것을 실행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사원들과 이런 철학을 어떻게 공유하나.

▷그런 면에서 우리는 굉장히 축복받은 회사다. 경영에 참가하는 많은 사원들이 높은 향상심을 갖고 있다. 별말 하지 않아도 다들 최고를 목표로 한다. 나는 이런 사원들에게 예산을 쓰면 된다. 굉장히 편하다.

―수출이 80%인데, 모든 공장이 일본에 있다. 엔고 시절 국외로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나.

▷전혀. 환율은 어차피 반복이다. 엔고 때문에 국외에 나가는 순간 환율은 떨어진다. 반복될 뿐이다.

―그래도 환율이나 경기 전망이 중요하지 않나.

▷경기, 환율, 주가는 알 수 없다. 관심도 없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뿐 아니라 경쟁 상대도 똑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제조업이 고객이라 경기 변동 영향을 크게 받을 텐데.

▷우리는 늘 최악 상황을 염두에 둔다. 매출이 지금보다 30% 이하로 내려가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체질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우리는 경기 회복을 기다릴 만한 힘이 있다. 우리는 100년, 200년 단위로 시간을 본다. 1~2년 경기 변동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관심을 두는 유망한 시장은 어디인가.

▷당연히 미국 유럽 일본은 경제권이 크기 때문에 중요하다. 앞으로는 중국 인도 아프리카가 유망할 것이다. 아프리카는 남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유망할 것 같다. 제조업과 관련한 모든 로봇이 우리 상품일 것이다.

―독일에도 쿠카(KUKA)라는 뛰어난 경쟁사가 있던데, 독일 자동차 업체에도 납품하고 있다. 시장을 개척할 때 장점을 어떻게 설명하나.

▷신뢰 관계다. 독일 3대 자동차 메이커와도 신뢰 관계 구축에 굉장한 힘을 쏟고 있다.

―도시바가 부적절한 회계로 큰 문제가 됐다. 기업 거버넌스가 중요한 것 같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하는 것, 이것은 '엄밀함'이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이것 말고 우리가 강조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투명함'이다. 우리 화낙은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엄밀함은 계속 이겨나가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중요하다. 투명함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안 하는 것이다. 화낙은 불투명한 회계, 법률 위반 같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할 수 없는 조직이다. 하나 더 말하자면 외부에서 오신 분들이 내부에서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통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업 거버넌스는 조직원 모두가 투명하다면 필요 없는 것이다.

―창업자 손자이자 사장의 장남도 화낙 전무로 근무하고 있다고 들었다. 유럽식 가족경영으로 보면 되는가.

▷전혀 아니다. 화낙은 상장기업이다. 나는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 장남은 로봇 박사학위를 따서 우연히 전무로 들어왔을 뿐이다.

―한국 제조업이 위기라는 말을 한다. 조언을 해준다면.

▷일본도 똑같이 걸어온 길이다. 어떤 나라라도 발전하고 있을 때는 그런 순간이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은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산업 활성화를 리드하는 것은 역시 당연한 것이지만 어려운 작업이다.

 '은둔 기업' 화낙
후지쓰서 1972년 분사, 후지산자락에 본사 위치…이메일도 통제 '철저보안'



후지산 자락에 자리한 화낙 본사 공장.
화낙(FANUC) 모체는 후지쓰다. 1956년 후지쓰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CNC(컴퓨터수치제어) 공작기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CNC는 컴퓨터로 수치를 넣으면 자동으로 금속을 가공하는 기계로, 당시만 해도 최첨단 기기였다. 이때 개발을 맡았던 책임자가 도쿄공대 박사 출신으로 현 이나바 요시하루 사장(67) 부친인 이나바 세이우에몬 명예회장(89)이다. 1972년 후지쓰에서 분사해 '화낙'이란 이름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이나바 명예회장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1974년 산업용 로봇을 개발해 자사에 직접 도입했고, 성능을 인정받자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이나바 명예회장은 "한눈팔지 않고 한길을 간다"는 철학 아래 공장 자동화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쌓았다.

덕분에 현재 화낙 세계시장 점유율은 CNC 50%, 로봇 20%, 스마트폰 가공기기 80%에 달한다. 삼성 애플 그리고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 거의 대부분이 이 회사 기기와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글로벌 전자 자동차 등 제조업체들이 고객이라 수출이 약 80%지만 모든 제품은 일본 내에서만 생산한다. 야마나시현 후지산 자락 본사 공장에서 대부분 제품을 생산하고, 이바라키현과 가고시마현 공장에서도 일부 생산한다. 회사 이름인 화낙(Fanuc) 첫 영문 F는 후지(Fuji) 약자다. 2016년 가동을 목표로 도치기현에 1000억엔을 투자해 신공장을 짓겠다고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산업용 로봇회사로는 드물게 자동화율이 80%에 달한다. 후지 본사 공장 내부에 들어가 보면 직원들이 전혀 보이지 않고, 화낙 로봇들이 알아서 주문받은 로봇을 만든다. 미래에 로봇이 지능을 가지고 스스로 복제를 하기 시작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14년 매출액은 7298억엔(약 6조8700억원)에 영업이익은 2978억엔(약 2조8000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40.8%에 달한다. 2010년 이후 매년 40% 안팎에 이르는 경이적인 이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2009년 리먼 사태 당시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매출이 급감했지만 경상이익률은 21.7%에 달했다. 올해 1분기(4~6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전 분기에 비해 매출이 다소 줄었다지만 영업이익률은 37.5%에 달했다.

워낙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이 회사의 유일한 리스크는 '후지산 폭발'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될 정도다.

후지산 본사 용지에는 사택은 물론 의료시설 문화시설 스포츠센터에 목욕탕 선술집까지 완비돼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회사 기술 보안에 관해서는 광적일 정도로 철저하다. 외부로는 이메일도 사용하지 않는다. 기자가 이나바 사장에게 인터뷰를 신청하고 인터뷰 질의응답서를 주고받을 때도 이메일이 아닌 팩스를 이용했다. 일본증권협회 기업정보공개 평가에서 기계 분야 최하위 단골 기업으로 꼽힐 정도다. 이나바 현 사장도 도쿄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화낙에 입사한 이후 2003년 부친에 이어 CEO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야마나시현 오시노무라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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